
STATEMENT
한국에서 자라는 다양한 토종 곡물 중 하나인 ‘개골팥’을 그래픽적으로 해석한 포스터다. 개골팥은 흰색, 검은색으로만 얼룩진 팥으로 지역에 따라 ‘개골팥’, 개구리팥’, ’갈가마귀팥’, ‘까치팥’, 그리고 ‘용의눈팥’ 등으로 불린다. 커다란 원 안에 자리한 흑백의 콜라주 이미지는 작은 팥알 하나에 이렇게 다양한 시각이 응집되어 있음을 표현한다.
흑백의 이미지와 조화를 이루는 노란색은 팥의 안팎으로 은은하게 나타나는 곡물의 노란빛을 상징한다. 상하좌우 대칭으로 구성된 ‘개골팥’ 타이포그래피는 높은 곳에서 팥을 떨어트렸을 때 발생하는 운동의 포물선을 나타낸다. 폰트 역시 반흘림 궁체 활자 ‘식목’을 변형하여 그 운동감을 극대화했다. 원 안의 세계가 팥 안에 담긴 의미를 표현한다면, 바깥에 존재하는 타이포그래피는 팥이라는 씨앗이 발아하고, 자라나고, 거둬지고, 우리의 밥상에 오르기까지 이루어지는, 외부에서 일어나는 동적인 행세를 표현한다.
-
개골팥이라는 개체를 표현하기에 앞서 토종 곡물, 씨앗에 대해 사유한다. 싹이 움트고 식물로 자라나는 과정은 이 씨앗 혼자의 일이 아니다. 자연도 성장을 돕지만 그만큼 큰 영향을 주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있다. 공존이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공존이란 ‘두 가지 이상의 사물이나 현상이 함께 존재함’을 뜻한다. 두 사물이 함께 존재한다는 것은, 결국 서로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의미이고 또 어떠한 관계를 맺을 것임을 의미한다. 그에 따라 평화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한다. 평화란 ‘평온하고 화목함’, 혹은 ‘전쟁, 분쟁 또는 일체의 갈등이 없이 평온함. 또는 그런 상태.’를 일컫는다. 평온한 관계를 맺기 위해 필요한 것이란 뭘까. 내 대답은 이해를 기반으로 하는 ‘대화’다. 나는 처음 보는 대상(유기체든 무기체든)과 대화하기 전, 가장 먼저 그의 이름을 보고 들으려고 한다. 물론 이름만으로 대상을 완벽히 파악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해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해볼까. 책의 구성으로 치면 서문 같은 느낌으로. 개골팥이라는 책의 서문을 쓴다고 생각하고, 개골팥을 이르는 다양한 이름들(까치팥, 갈가마귀팥, 용의눈팥 등)을 연상할 수 있는 이미지를 아카이빙한다. 혹은 만든다. 흑과 백의 대비가 매력적인 개골팥의 무늬와 어우러지도록 이미지를 편집하여, 하얗고 커다란 타원 안에 집어넣는다. 그렇게 책의 장엄한 서문은 마무리된다. 이제, 본문으로 들어갈 차례다. 개골팥이라는 글자가 포물선을 그리며 사방에서 뛰어다닌다. 이름의 정적이고 이미지적인 묶음을 넘어 팥의 작고 동적인, 이름만으로는 알 수 없는 그의 특징을 표현한다. 이 표현은 대화의 힌트로 남는다. 작은 팥알 하나가 어떻게 튀어 오르는지, 어떤 맛이 나는지, 어떻게 심으면 되는지, 어떻게 해야 어엿한 식물로 자라날 수 있으며 또 어떻게 해야 안전하게 나에게로 돌아와 새로운 대화를 시작할 수 있을지. 이 작은 암시야말로 내가 이 포스터에서 끌어내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나는 이 포스터가 인간이 개골팥(혹은 자연)에 건네게 될 새로운 대화를 시작할 초석을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



DESIGNER
김정은
@jngnkim
김정은은 동덕여자대학교 시각디자인전공에 재학 중이다. 의정부 출신으로 수도권 위주로 활동하고 있다. 글자 기반의 시각 이미지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Kim Jeongeun is majoring in visual design at Dongduk Women's University. I am from Uijeongbu and mainly working in the Seoul metropolitan area, and I am immersed in the work of delivering messages using letters.
[작업]
· 2023 키후위키 <메시지를 입는다> 레터링 디자인
· 2023 <그래서 해방> 전시 그래픽 디자인
[전시]
· 2022 924기후정의행진 <기후위기를 입는다> / 기후위기비상행동
· 2022 제16회 한글타이포그라피학회 <진동새와 손편지> 전시 /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
· 2022 제30회 한글 글꼴디자인공모전 전시 / 세종대왕기념사업회
· 2023 제11회 전시히읗 <쓰임과 세움> 전시 / 한글타이포그라피학교
HEIRLOOM GRAIN : 개골팥

· 개골팥 [곡물집集 곡물 아카이브로 이동]
STATEMENT
한국에서 자라는 다양한 토종 곡물 중 하나인 ‘개골팥’을 그래픽적으로 해석한 포스터다. 개골팥은 흰색, 검은색으로만 얼룩진 팥으로 지역에 따라 ‘개골팥’, 개구리팥’, ’갈가마귀팥’, ‘까치팥’, 그리고 ‘용의눈팥’ 등으로 불린다. 커다란 원 안에 자리한 흑백의 콜라주 이미지는 작은 팥알 하나에 이렇게 다양한 시각이 응집되어 있음을 표현한다.
흑백의 이미지와 조화를 이루는 노란색은 팥의 안팎으로 은은하게 나타나는 곡물의 노란빛을 상징한다. 상하좌우 대칭으로 구성된 ‘개골팥’ 타이포그래피는 높은 곳에서 팥을 떨어트렸을 때 발생하는 운동의 포물선을 나타낸다. 폰트 역시 반흘림 궁체 활자 ‘식목’을 변형하여 그 운동감을 극대화했다. 원 안의 세계가 팥 안에 담긴 의미를 표현한다면, 바깥에 존재하는 타이포그래피는 팥이라는 씨앗이 발아하고, 자라나고, 거둬지고, 우리의 밥상에 오르기까지 이루어지는, 외부에서 일어나는 동적인 행세를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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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골팥이라는 개체를 표현하기에 앞서 토종 곡물, 씨앗에 대해 사유한다. 싹이 움트고 식물로 자라나는 과정은 이 씨앗 혼자의 일이 아니다. 자연도 성장을 돕지만 그만큼 큰 영향을 주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있다. 공존이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공존이란 ‘두 가지 이상의 사물이나 현상이 함께 존재함’을 뜻한다. 두 사물이 함께 존재한다는 것은, 결국 서로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의미이고 또 어떠한 관계를 맺을 것임을 의미한다. 그에 따라 평화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한다. 평화란 ‘평온하고 화목함’, 혹은 ‘전쟁, 분쟁 또는 일체의 갈등이 없이 평온함. 또는 그런 상태.’를 일컫는다. 평온한 관계를 맺기 위해 필요한 것이란 뭘까. 내 대답은 이해를 기반으로 하는 ‘대화’다. 나는 처음 보는 대상(유기체든 무기체든)과 대화하기 전, 가장 먼저 그의 이름을 보고 들으려고 한다. 물론 이름만으로 대상을 완벽히 파악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해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해볼까. 책의 구성으로 치면 서문 같은 느낌으로. 개골팥이라는 책의 서문을 쓴다고 생각하고, 개골팥을 이르는 다양한 이름들(까치팥, 갈가마귀팥, 용의눈팥 등)을 연상할 수 있는 이미지를 아카이빙한다. 혹은 만든다. 흑과 백의 대비가 매력적인 개골팥의 무늬와 어우러지도록 이미지를 편집하여, 하얗고 커다란 타원 안에 집어넣는다. 그렇게 책의 장엄한 서문은 마무리된다. 이제, 본문으로 들어갈 차례다. 개골팥이라는 글자가 포물선을 그리며 사방에서 뛰어다닌다. 이름의 정적이고 이미지적인 묶음을 넘어 팥의 작고 동적인, 이름만으로는 알 수 없는 그의 특징을 표현한다. 이 표현은 대화의 힌트로 남는다. 작은 팥알 하나가 어떻게 튀어 오르는지, 어떤 맛이 나는지, 어떻게 심으면 되는지, 어떻게 해야 어엿한 식물로 자라날 수 있으며 또 어떻게 해야 안전하게 나에게로 돌아와 새로운 대화를 시작할 수 있을지. 이 작은 암시야말로 내가 이 포스터에서 끌어내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나는 이 포스터가 인간이 개골팥(혹은 자연)에 건네게 될 새로운 대화를 시작할 초석을 마련해 주기를 바란다.
DESIGNER
김정은
@jngnkim
김정은은 동덕여자대학교 시각디자인전공에 재학 중이다. 의정부 출신으로 수도권 위주로 활동하고 있다. 글자 기반의 시각 이미지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Kim Jeongeun is majoring in visual design at Dongduk Women's University. I am from Uijeongbu and mainly working in the Seoul metropolitan area, and I am immersed in the work of delivering messages using letters.
[작업]
· 2023 키후위키 <메시지를 입는다> 레터링 디자인
· 2023 <그래서 해방> 전시 그래픽 디자인
[전시]
· 2022 924기후정의행진 <기후위기를 입는다> / 기후위기비상행동
· 2022 제16회 한글타이포그라피학회 <진동새와 손편지> 전시 /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
· 2022 제30회 한글 글꼴디자인공모전 전시 / 세종대왕기념사업회
· 2023 제11회 전시히읗 <쓰임과 세움> 전시 / 한글타이포그라피학교
HEIRLOOM GRAIN : 개골팥
· 개골팥 [곡물집集 곡물 아카이브로 이동]